중국·인도 감소세 두드러져... 고금값 탓 저중량 제품 소비 고착화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Gold Demand Trends Q1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금 주얼리 수요는 299.7톤(t)으로 전년 동기(391.2t) 대비 23% 감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금액 기준 소비는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1분기 글로벌 금 주얼리 소비액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470억 달러(약 65조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1분기 지출 규모를 경신했다.
WGC는 “사상 최고 수준의 금값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구매 중량을 줄였지만, 금 주얼리에 대한 지출 자체는 크게 증가했다”며 “소비자들이 높은 금값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 금 가격은 올해 1월 온스당 4,8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조정을 거쳤으며, 현재는 4,500~4,65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금 주얼리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 감소가 두드러졌다. 중국은 32%, 인도는 19% 감소하며 글로벌 시장 둔화를 이끌었다.
■ 중국, VAT 개편 직격탄…“가벼운 금 제품 선호 확대”
WGC는 중국 시장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고금리 금값과 소비심리 둔화를 꼽았다. 여기에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금 시장 부가가치세(VAT) 개편이 주얼리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11월 1일부터 2027년 말까지 상하이금거래소(SGE) 회원사에만 13% 전액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비회원 주얼리 업체와 소매업체에는 6%만 공제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투자용 골드바·골드코인 대비 금 주얼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금 주얼리 소비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130억 달러를 기록했다. WGC는 “중국 소비자들이 높은 금값에도 불구하고 금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다만 보다 작은 사이즈와 경량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하드 퓨어 골드(Hard Pure Gold)’ 제품군이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가볍고 착용성이 좋은 제품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경량 순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기존 금 제품을 반납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Old for New’ 소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도, 고소득층은 유지…대중 시장은 경량·저함량 이동
인도 역시 사상 최고 금값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WGC는 “현지 금 가격이 전년 대비 81% 급등한 상황을 감안하면 인도 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1분기 금 주얼리 소비액은 100억 달러로 역대 최고 1분기 기록을 세웠다. 현지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경량·저함량 제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대형 체인 매장을 중심으로 저함량 비중이 확대됐다.
또한 시장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고소득 소비자층은 가격 상승에도 금 중량 자체를 우선시하며 구매를 유지한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구매를 축소하거나 저함량·경량·스톤 세팅 제품으로 이동했다.
WGC는 일부 소비자들이 주얼리 대신 프리미엄 부담이 낮은 골드바와 골드코인으로 수요를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 주얼리 시장이 ‘중량 감소·가치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VAT 개편과 인도의 고금가 환경은 향후 글로벌 주얼리 제조·유통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