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은 본질적으로 국가와 개인의 재화이고 영구재로서 국가의 화폐와 다름이 없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금의 품질을 관리하고 철저히 규제하는 것이다.
일찍이 영국에서는 서기 1300년부터 700년이 넘도록 금의 품질을 국가에서 검정하고 감시하는 체계를 이루었다. 금의 완벽한 품질관리로 국가 신인도를 높여 영국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귀금속 품질표시는 일반 소비자가 귀금속 상품의 품질 식별을 용이하게 해서 상품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길잡이이다.
또한 귀금속 제품의 재질, 품위, 규격, 용도, 사용법 등과 제조자, 판매자 등을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유통질서를 확립하여 건전한 귀금속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품질표시제도는 제조, 판매업자가 상품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상품에 표시한 내용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이다.
소비자는 이를 신뢰함으로써 안심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가 있다. 정확한 귀금속의 품질표시는 다른 상품도 그러하지만, 이것은 건전한 귀금속 상거래의 기초가 되고 국제 상거래 시 국가 신인도 제고와 그 나라가 신용 사회로 가는 첫걸음인 것이다.
일본에서도 1929년도에 귀금속 검정제도를 제정하여 오사카, 도쿄, 히로시마에 있는 국가 기관인 조폐국에서 금의 품위를 검사하게 하여 일본산 귀금속이 품질 문제로 세계적으로 클레임을 당하는 예는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70년대까지 광산 금의 경우 99.2~3%밖에 정련이 안되어 금제품의 경우 99%를 정품으로 여겨왔다. 국내에서 생산 공급되는 덩어리 금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한때 한국은행에서 광산 금을 구매할 때 큐펠레이션법(파괴분석법)으로 감정하였으나 1980년 이후에는 분석 감정실 운영을 중지하고 국내산 금 매입을 중지하였다. 금 감정 시 파괴분석은 특별한 경우이고 금은방에서 판매하는 금제품은 비파괴 감정을 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어느 곳에서도 금을 비파괴로 검사할 감정소가 없었다. 그때까지 (사)한국귀금속중앙회의 각 지부와 (재)한국귀금속기술협회에서 재래식 칭석(稱石) 법으로 육안 검사를 하였다. 그러나 통일된 표준금(Carat Gauge)이나 검사 방법이 미흡하였고 그나마도 검사 건수가 많지 않아서 일반화되지 못하였었다.
1979년도와 1980년대 초에 세계적인 석유 파동과 함께 금값 폭등이 일어나고 우리나라는 북한의 도발로 안보 불안이 겹쳐 가격 폭등은 물론 금 사재기가 일어났다.
이런 현상의 부작용으로 불량 품위의 금덩어리가 시중에 나돌기 시작하였다.
극히 일부 매장에서 고금을 재정련하지 않고 그대로 용해하여 금형 틀에 부어서 금괴로 유통시켰다. 심지어 98%의 금덩어리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통되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 단체의 개입을 불러와서 금 품질의 불량을 고발하고 이 결과 모든 금은 제품과 금은방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에서는 공업진흥청을 통하여 1984년 (사)한국귀금속감정원을 허가하고 금제품의 감정 감별을 하도록 하였다.
유럽처럼 강제 검사는 아니지만, 큐펠레이션 검사와 비파괴 X-Ray 감정으로 일본의 일장기 마크와 영국의 표범머리 마크와 같은 태극마크를 각인하여 주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태극마크, 금자마크, 홀마크와 리골드의 코리아감정소의 금 품위 감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금 품위는 정상궤도에 올랐다. 이러한 노력은 1998년 금 모으기에서 수집한 금의 평균 함량 99.3%로 증명되었다. 땜 제품도 함께 용해했으므로 이 정도면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는 순도였다.
최근 금제품에서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땜 규정을 놓고 제조자와 판매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조만간 좋은 방향으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귀금속 품질표시제도(Gold Stamping Law)는
● 1974년 2월 18일 상공부령 제422호로 ‘귀금속가공 상품품질표시규정’을 최초로 제정하였다. 이 규정에는 합금의 경우 비금속(Base Metal)의 종류와 비율까지 규정한 불합리한 법률이었다. 그래도 품질표시 규정이 생긴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 1982년 공업진흥청 고시 82-15호로 ‘귀금속가공상품분야별품질표시기준’을 개정 고시하였다. 이 규정에는 합금에서 비금속 비율을 삭제하였다.
● 그 후 1987년 12월 30일 품질표시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500만 원으로 벌칙을 크게 강화하였다.
● 1993년 12월 27일에는 말썽 많던 ‘고물영업법’을 폐지하여 금은 상의 허가제도를 폐지하였다.
● 2001년 7월 10일에는 공업진흥청을 확대 개편한 중소기업청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고시 제2001-385호로 재고시되었다.
● 2002년 3월 2일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 규제 철폐 방침의 일환으로 권장사항으로 바꾸었다.
● 2007년 12월 31일에는 국민의 안전이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완전히 폐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법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모든 귀금속상이나 제조 공장에서 양심껏 정품을 생산하고 판매한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귀금속 업계의 극히 일부가 품질 문제로 지탄을 받으므로 귀금속 품위에 관한 법률 부활을 요구하여 정부에서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2011년 7월 7일 ‘귀금속 및 그 가공 제품의 한국산업표준’으로 ‘KS 9537-2011’을 고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바른 귀금속 품질표시 정착을 위해서는
● 귀금속 품질표시기준을 선진국(유럽식)형으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 큐펠레이션 파괴 분석법 이외에 비파괴 분석 감정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 현행 태극마크, 금자마크, 무궁화마크등의 방만한 감정 업무를 통합시켜 감정 검인 업무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 품질 우수업체는 국가로부터 K.S 마크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 귀금속 제품 수출입 시 품질검사를 강화하여 조악한 저개발국의 값싼 불량 제품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전 (사)한국귀금속감정원 회장
* 필자의 사정으로 당분간 ‘이성재 칼럼’을 중단합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